
제주는 자동차로도, 버스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지만, 진짜 제주의 결은 걷는 발걸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걷다 보면 바다와 하늘의 색이 시간마다 변하고, 길가의 귤나무 잎사귀에 묻은 햇빛조차 유심히 보게 되죠. 이번 여행은 올레길을 코스로 잡았지만, 단순히 ‘완주’가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책방을 발견하는 순간이 여행의 중심이었습니다.7코스 — 서귀동 책방, 노을빛에 물드는 창가아침 9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근처에서 올레길 표식을 따라 걸음을 옮겼습니다. 10월의 제주 공기는 상쾌했고, 바다는 은빛으로 잔잔했습니다. 발걸음이 법환포구로 가까워질수록, 바닷바람 속에 소금기와 해초 냄새가 섞여 들어왔습니다.포구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골목은 돌담과 하얀 집들이 이어지고, 그 중 한 건물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