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책이 만나는 순간
제주 여행을 하다 보면, 바다를 보러 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붙잡는 작은 책방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파도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함께 섞이고, 바닷바람에 실린 소금기와 커피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주 전역에서 ‘바다 뷰’를 품고 있는 감성 독립서점을 여섯 곳 엄선해 소개합니다.
1. 서귀포 — 파도와 동백 사이, ‘서귀동 책방’
서귀포 올레길 7코스를 걷다 보면, 한쪽에 소담한 동백나무 숲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길목이 나옵니다. 그 길 끝에 유리창 너머로 바다와 책이 함께 보이는 곳이 바로 ‘서귀동 책방’입니다.
이 책방의 매력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 겨울에는 창밖 동백꽃이 붉게 만발해, 책 읽다 시선을 들면 붉은 꽃과 파란 바다가 한 프레임에 들어옵니다.
- 봄에는 서귀포 앞바다에 부드러운 물결이 번지며, 창문 너머로 올레꾼들이 여유롭게 지나갑니다.
- 여름에는 한낮의 강렬한 햇살이 책방 안을 가득 채워, 시원한 아이스티와 함께 앉아 있기만 해도 피서가 됩니다.
- 가을에는 파도 소리가 더 깊어지고, 책방 안 조명과 바깥의 황금빛 노을이 조화를 이룹니다.
이곳에서는 로컬 작가의 에세이, 제주 시인들의 시집,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집 등이 주로 큐레이션됩니다. 책을 고른 뒤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마치 바다 위에 앉아 독서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제주시 — 도심 속 숨은 바다, ‘이호책다방’
제주시 이호테우 해변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이호책다방’은 외관만 보면 평범한 주택 같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다 내음과 커피 향이 동시에 퍼지고,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반겨줍니다.
이곳의 특별함은 ‘바다와 관련된 책’ 전문 큐레이션입니다.
항해 일지, 해양 생물 도감, 섬마을 역사, 바닷마을 요리책,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까지, 모든 책이 ‘바다’라는 키워드로 묶여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어부의 하루’를 읽으면, 마치 그 이야기가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노을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오후 6시 무렵, 책방 안으로 들어오는 주황빛 햇살이 책장과 테이블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습니다.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면, 책과 바다가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3. 애월 — 노을 맛집 ‘애월 해변책방’
애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인기 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애월 해변책방’은 큰 간판 없이 바다를 향한 유리벽이 이곳의 정체성을 알려줍니다.
이 서점의 가장 큰 매력은 하루 종일 변하는 바다색입니다.
아침에는 은빛, 오후에는 청록, 노을 질 무렵에는 주황과 보라가 섞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주인장은 매일 아침 바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그 사진이 오늘의 바다 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바다 일기’가 됩니다. 덕분에 단골들은 책방에 가지 않아도 오늘의 바다를 느낄 수 있죠.
책의 분야는 에세이와 시집이 주를 이루며, 바다와 관련된 감성 포토북도 많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이곳에 앉아 책을 읽으면, 창밖에 맺힌 빗방울과 잔잔한 파도가 묘하게 어우러져 한층 더 깊은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4. 표선 — 바다와 마을을 잇는 ‘표선책쉼터’
표선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5분이면 닿는 ‘표선책쉼터’는 여행객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입니다. 바다 쪽 벽이 전면 통유리라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이 책방의 독특한 점은 ‘공유 책장’입니다.
여행객들이 읽다 남긴 책을 두고 가면, 다른 이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개방해 둡니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책과의 만남이 자주 일어납니다. 저도 이곳에서 우연히 ‘제주 어부 이야기’라는 오래된 수필집을 발견하고,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겨울에는 잔잔한 파도가 차분히 밀려오는 모습이 책과 함께 풍경 속에 녹아듭니다.
5. 우도 — 섬 속의 섬 ‘우도책방 파도소리’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우도에 도착하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스쿠터나 자전거 여행자들이 눈에 띕니다. 그 길목에 있는 ‘우도책방 파도소리’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책방 중 하나입니다.
테라스에 앉으면 발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바로 들리고, 멀리 수평선 너머 성산일출봉이 보입니다. 여름철에는 바람이 시원해 책을 읽기에 딱 좋고, 겨울에는 바닷바람이 차가워 창가 자리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책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장은 우도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 사진집, 그리고 해양 환경과 관련된 책을 많이 소개합니다. 관광지 한가운데 있지만, 의외로 조용하고 사색적인 공간입니다.
6. 협재 — 모래사장 바로 앞 ‘협재북스’
협재 해수욕장은 제주에서도 가장 빛깔이 고운 바다로 꼽힙니다. ‘협재북스’는 해변 바로 앞에 있어, 수영이나 해변 산책을 즐기고 바로 들를 수 있습니다.
여름엔 젖은 머리를 말리며 시원한 음료와 책 한 권, 겨울엔 모래 위를 걷고 난 뒤 따뜻한 차와 함께 하는 독서가 제격입니다.
내부는 작은 테이블 몇 개와 긴 벤치로 꾸며져 있으며, 창가에서는 멀리 비양도가 보입니다. 주로 여행 에세이, 사진집, 시집이 많아 여행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가기 좋습니다.
제주 해변 책방 여행 팁
- 방문 시간대
- 오전엔 햇살이 은은하고, 오후엔 바다색이 선명합니다.
- 노을을 보고 싶다면 5~6시대 방문이 좋습니다.
- 계절별 추천
- 봄: 꽃과 바다가 어우러져 산뜻한 분위기
- 여름: 시원한 음료와 함께 피서 느낌
- 가을: 노을과 책의 조화
- 겨울: 한적하고 고요한 독서
- 추천 도서
- 바다를 주제로 한 시집
- 제주 로컬 작가의 에세이
- 해양 생물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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