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피로를 책으로 덜어내고 싶은 당신에게
언제부턴가 여행은 ‘많이 보고, 많이 찍고, 많이 남기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이 더욱 소중하다.
그 중심에는 '북스테이(Book Stay)'가 있다.
북스테이는 단순한 숙박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머무는 이 특별한 공간은,
서점의 조용한 서가에 기대어 나를 돌아보고, 소리 없는 시간 속에서 사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
보통 서울, 제주, 전주 등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이제 지방 소도시에서도 그 움직임이 점차 퍼지고 있다.
창원 또한 조용한 변화 속에 북스테이 공간을 품기 시작한 도시다.
창원은 산업 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진해의 바다, 북면의 마을, 감계의 조용한 거리 등
사색과 독서에 어울리는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공간들 속에서 몇몇 감성 독립서점들이 책방 민박, 북카페형 북스테이, 혹은 1인 전용 서재 형태로
특별한 체류 경험을 제공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부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6월 기준, 창원에서 실제 운영 중인 북스테이 가능 독립서점 4곳을 소개한다.
여기서의 하루는 낯선 도시의 호텔보다, 훨씬 느리고, 조용하며, 감정적으로 풍성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1. 책방 어디쯤 — 진해 바닷가 골목에서 만나는 조용한 하루
진해구 남문동. 흔한 카페 거리에서 벗어나 한 블록만 걸으면 낡은 주택과 오래된 골목이 이어진다.
그 골목 중간쯤,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놓인 작은 간판 하나가 시선을 끈다.
바로 독립서점이자 북스테이 공간인 **‘책방 어디쯤’**이다.
이곳은 1일 1팀 예약제로 운영되며, 서점과 연결된 북스테이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서점 내부는 도시적 세련미보다는 손글씨, 오래된 책장, 개인 취향이 진하게 묻은 큐레이션으로 가득하다.
에세이, 여성 작가의 글, 자전적 문장, 독립출판물 등이 중심이며, 한 권 한 권마다 손으로 직접 쓴 북카드가 끼워져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밤이 되면 책방 문은 닫히고, 오롯이 투숙객을 위한 서재 공간이 된다.
조용한 조명 아래,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를 꺼내면
어느새 일상의 빠른 속도가 뒤로 밀려나고, ‘지금, 여기’라는 감각이 또렷해진다.
서점 주인은 가끔 미니 북토크나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며,
투숙객이 요청하면 소소한 독서 대화도 함께 나눌 수 있다.
조용한 골목, 오래된 나무, 아날로그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내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묻게 만드는 감성 북스테이 공간이다.
2. 책과쉼표 — 의창구 북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재
‘책과쉼표’는 창원 의창구 북면의 주택가 골목 안쪽,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 북카페형 독립서점이자 소형 북스테이 민박 공간이다.
외관은 평범한 단독주택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책방 특유의 정적과 향기가 느껴진다.
이 서점은 특히 글쓰기, 필사, 사유에 특화된 도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테이블에는 손글씨 문장카드와 필사노트, 책갈피 만들기 키트 등이 비치돼 있고
읽기와 쓰기를 반복하며 나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알맞다.
숙박 공간은 서점과 연결된 독립된 방으로, 조도 낮은 독서등, 아늑한 침구, 소형 원목 책상이 마련돼 있다.
밤이 되면 카페 운영은 종료되고, 전체 공간이 조용한 서재로 전환되며 투숙객만의 독서 시간이 시작된다.
음악도, 대화도, 핸드폰도 잠시 내려놓고 책장과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
서점 주인은 출판 편집자로, 방문자들에게 글쓰기 팁이나 독립출판에 대한 소소한 조언도 나누곤 한다.
‘쉼표’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잠시 멈추는 곳이지만 다시 문장을 이어가게 해주는 공간이다.
3. 책방 봄봄 — 계절을 책으로 느끼는 감성 한옥형 북스테이
‘책방 봄봄’은 창원 성산구 감계남서로 인근 마을 골목에 자리한
계절형 독립서점 + 소형 북스테이 숙소다.
이곳은 실제 한옥 구조를 살려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봄에는 봄 시집, 여름엔 여행 에세이, 가을엔 산문집, 겨울엔 그림책이 서가를 채운다.
서점 내부는 높은 천장, 원목 책장,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커다란 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마다 조명 색, 진열 책, 디퓨저 향까지 바뀌는 디테일이 독서에 대한 진심을 보여준다.
북스테이 공간은 서점 옆 별채 한 칸.
여기에는 **계절별 추천 도서 3권과 필사노트, 손글씨 엽서, 티백 2종이 포함된 ‘봄봄 스테이 키트’**가 기본 제공된다.
책을 읽다가 졸리면 낮잠을 자도 좋고, 밤엔 마당에서 별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하는 이들도 있다.
감성 여행자, 독립출판 작가, 1인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며
현재는 2주 전부터 예약이 마감될 만큼 조용히 인기 있는 곳이다.
책이 사계절의 감정처럼 흐르는 공간, 책방 봄봄은 그 감정을 품어내는 책방이다.
4. 고요한 순간 — 북스테이를 위해 만들어진 조용한 책공간
‘고요한 순간’은 2024년 말 새롭게 오픈한 창원의 첫 북스테이 전용 공간형 독립서점이다.
다른 공간과 달리, 이곳은 애초에 ‘하루 동안 책을 읽기 위한 체류’를 목적으로 설계된 장소다.
창원 성산구 반림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이 공간은
무인 예약제 + 비대면 체크인 방식을 도입하여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장한다.
내부는 단 하나의 투숙객만을 위한 1인 서재로 꾸며져 있으며,
벽면 가득한 시집과 철학서, 사유 에세이, 자연 관련 문학이 중심이다.
책장 아래에는 원목 독서의자, 따뜻한 스탠드 조명, 직접 손으로 만든 책갈피,
감성 타이머, 그리고 휴대폰 금지 안내문까지 배치되어 있다.
이 모든 구성은 ‘오롯한 독서 시간’에 집중하라는 공간의 철학을 드러낸다.
밤에는 조명마저 2단계로 줄어들며, 음악이나 소음 없이 정적 속에서 책을 읽게 된다.
혼자서 정리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고요한 순간’은 가장 적절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책은 머무르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과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만큼 의미 있는 장소는 드물다.
창원의 북스테이 독립서점들은 아직 많진 않지만,
그만큼 운영자의 진심과 책에 대한 철학이 깊게 스며든 공간들이다.
책방 어디쯤은 사유를 묻고, 책과쉼표는 글을 쓰게 하며,
책방 봄봄은 감정을 끌어안고, 고요한 순간은 정적을 선물한다.
창원으로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번엔 호텔보다 서점을, 체크인보다 책장을 먼저 열어보는 여행을 해보자.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깊은 감정이 깨어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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