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옆에서 읽는다는 것의 의미
사람들은 가끔 ‘책을 읽기에 좋은 장소’를 묻는다. 조용한 도서관, 햇살이 스미는 카페, 침대 속 따뜻한 이불 아래도 좋지만, 포항의 바다는 그 물음에 색다른 답을 제시한다.
눈앞에 수평선이 펼쳐지고,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그곳에서 책 한 권을 펼치면, 우리는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마음이 동시에 흐르는 독서를 하게 된다.
포항은 동해안의 대표 도시이자, 바다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바다를 품은 독립서점들이 조금씩 생겨나며, 지역만의 감성을 책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해변 산책과 독서를 함께할 수 있는 포항의 감성 독립서점들을 소개한다.
단순한 공간 소개를 넘어, 왜 지금 바닷가 책방이 필요하고, 어떻게 여행자와 독자를 위로하는지 함께 살펴본다.
1. 영일대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 책방, 서쪽바다책방
'서쪽바다책방' 은 이름만 들으면 서해에 있을 것 같지만, 동해 바닷가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독립서점이다. 이곳은 과거 구두 수선소였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10평 남짓한 책방이다.
가게 외관은 오래된 흰색 목재 문틀에 손글씨 간판이 걸려 있다. 그 안에 들어서면, 벽면 가득 감성적인 독립출판물, 사진집, 시집, 그리고 바다를 주제로 한 에세이들이 정돈돼 있다.
운영자는 포항 출신의 30대 1인 출판인으로, “바다를 보며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매주 한 번, ‘바다를 주제로 한 글쓰기 모임’도 열리며, 참가자들은 책방 맞은편의 해변으로 나가 짧은 글을 적는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바다에 젖다》, 《어느 바닷가의 편지》, 그리고 직접 만든 소형 ZINE 『포항, 물결 사이에서』이다.
책방 옆에는 작은 벤치와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어, 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한 후 바다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영일대의 일몰을 배경으로 책을 넘기다 보면, 한 문장이 파도처럼 가슴에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2. 구룡포에서 만나는 바다마을 책방, 책방 등대
'책방 등대'는 구룡포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해산물 시장 옆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 어촌 마을 한복판에 있는 이 책방은, 지역의 시간과 바다의 기억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운영자는 원래 서울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가 귀향해 ‘책과 마을’을 연결하고자 이곳을 열었다.
책방 내부는 마치 오래된 뱃집처럼 낮은 천장과 나무바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 작가의 책, 어촌 기록 사진집, 해양 문학 서적, 청년 에세이가 주로 진열돼 있다.
특히 책방 한쪽에는 바다에서 주운 유리조각과 조개껍데기로 만든 북마크와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어, 관광객과 글쓰기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월 마지막 주 주말에는 ‘어촌 북토크’가 열리는데, 이때는 외부 저자가 초대돼 바다를 테마로 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섬과 섬 사이》의 저자와 함께 ‘작은 어촌에서의 글쓰기’를 주제로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책방 등대'의 진정한 매력은 바다와 책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 지점에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낡은 어망을 배경으로 필사를 하고,
누군가는 갓 구운 오징어를 들고 책을 읽는다.
바다와 책, 낡은 마을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3. 밤에도 빛나는 바다서점, 밤책방 고요
'밤책방 고요' 는 포항 최초의 야간 독립서점으로,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는 감성 책방이다.
낮에는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 이 작은 공간에 조용한 독자들이 모인다.
책방은 작지만 독특한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밤’, ‘조용함’, ‘감정’, ‘이별’, ‘시작’을 테마로 선별된 책들이 있고,
추천 책에는 간단한 독자 평이나 필사 문장이 메모지로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밤에 만나는 이유》라는 책 옆에는
“오늘의 나에게 가장 부드러운 문장, 새벽에 한 줄”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야간 낭독회’가 열린다.
참가자는 누구나 좋아하는 시나 산문을 낭독할 수 있으며, 조명은 어둡고 음악은 잔잔하다.
책방 운영자는 “이 공간은 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쉼터”라고 설명한다.
'밤책방 고요' 는 포항의 야경, 특히 바다와 함께 기억되기에 좋은 장소다.
책방에서 책을 읽고, 도보로 10분 거리인 동빈내항이나 영일대 바닷가를 걸으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
4. 산책 후 커피와 함께하는 책방, 문장사이
'문장사이' 는 북구 해안로에 위치한 북카페형 책방으로,
산책로와 연결된 입지 덕분에 조깅하거나 산책하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와 책방이 절반씩 공존하며, 실내 창밖으로는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카운터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책은 주로 여행 에세이, 인문교양, 해양생태, 예술 서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커피 한 잔에 읽는 문장’을 주제로 한 도서 큐레이션 코너도 있으며,
카운터 앞 필사 엽서 코너에서는 간단한 문장을 적어 자유롭게 붙일 수 있다.
주말에는 ‘문장 읽기 소모임’이 자율적으로 열리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또한, 특정 요일에는 1인용 좌석만 이용 가능한 조용한 독서 시간을 운영해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쉼을 제공한다.
5. 바닷마을과 책이 함께 머무는 곳 , 해변책공방 하루
'해변책공방 하루'는 바닷가 근처 시골 마을에 위치한 아트북 공방형 서점이다.
일반 서점이라기보다는 독립출판물 제작과 글쓰기 워크숍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작은 숙박 공간도 함께 있어 1박 2일 북스테이도 가능하다.
운영자는 예전부터 이 마을에 살며 바다를 테마로 한 그림책, 시집, 필사노트 등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작은 갤러리 벽면에는 방문자들이 남긴 짧은 문장과 드로잉이 걸려 있다.
주말에는 예약제로 소형 ‘책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며,
소장용 미니북, 시 필사 ZINE, 바다 일기장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해변 문장 캠프’라는 이름의 프로그램도 열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바닷가를 산책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책과 바다가 만날 때, 그 하루는 특별해진다
포항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독립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만나는 조용한 시간의 장소다.
누군가는 글을 쓰러, 누군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문장을 필사하러,
또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머무르기 위해 이곳들을 찾는다.
여행이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을 제대로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문장이 바다를 닮았을 때, 그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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