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다, 두 가지 고요한 풍경을 따라가는 남해안 감성 루트
남해안을 따라 걷는 여행에는 속도보다 감성이 우선한다.
세련된 관광지도 좋지만, 요즘 여행자들이 찾는 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을 수 있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는 장소’로 바뀐다. 그래서 요즘엔 ‘감성 독립서점’이나 ‘북카페형 서점’이 여행지 안에서도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특히 통영, 남해, 거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해안 여행지다. 그러나 이 세 도시에는 해안 풍경에 어울리는 조용한 책방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책을 읽기 위한 여행, 혹은 책과 함께 걷는 여행을 꿈꾼다면 이곳들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통영·남해·거제 지역의 바다 근처 감성 독립서점 또는 북카페형 서점 5곳을 소개한다. 책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공간을 직접 걸으며, 남해안 책방 여행의 진짜 매력을 만나보자.
[통영 중앙동] ‘책방 이층’ , 바다 바라보는 소형 독립서점
통영은 예술의 도시이자 바다의 도시다. 그리고 이 두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중앙동 동피랑 벽화마을 인근이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골목 끝에 ‘책방 이층’이라는 이름의 조그만 독립서점이 자리한다.
이 책방은 실제 주택 2층을 개조해 만든 구조로, 바닥은 낡은 나무판, 천장은 낮고, 벽면은 책으로 채워져 있다. 내부는 약 10평 남짓으로 크지는 않지만, 들어서는 순간 마치 ‘작은 서재에 초대된 기분’이 든다.
서가는 예술서적, 여행 에세이, 통영 관련 인문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 출신 작가들의 독립출판물도 소량 판매한다.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매력적이다. 유리창 너머로 남해 바다가 보이고, 오후의 햇살이 책 위로 내려앉는다.
책방 한쪽에는 작은 원목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구매한 책을 바로 펼쳐 읽을 수 있다.
운영자는 책방을 운영하며 ‘읽는 삶’에 대한 태도를 나누고자 주기적으로 소규모 낭독회와 필사 워크숍도 연다.
[남해 이동면] ‘섬책방’ 섬 안에서 읽는 느린 책 한 권
남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감성 서점 중 하나는 이동면의 ‘섬책방’이다. 이 책방은 남해대교와 가까운 작은 해변 마을에 있으며, 바다와 나란히 놓인 단층 주택형 북카페다.
이곳은 일반 서점이라기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드는 조용한 독서 공간에 가깝다. 내부는 원목 책장과 좌식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고,
책장의 대부분은 자연, 철학, 생태, 예술 관련 서적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주나 남해, 도서 지역에서 제작된 독립출판물이 많아 ‘책을 고르는 즐거움’이 크다.
이 서점의 매력은 바다와 연결된 독서 테라스다.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야외 평상에 앉아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운영자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며, 계절에 따라 차꽃잎 차나 유자차도 함께 제공한다.
‘섬책방’은 하루 한 팀만 북스테이도 가능하게 운영 중이며,
예약 시 큐레이션된 책 꾸러미와 필사노트, 남해 바다의 엽서도 함께 준비된다.
[남해 독일마을 인근] ‘다정서점’ 책과 커피, 그리고 고요한 시간
남해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독일마을 근처에도 작은 책방이 하나 있다. 이름은 ‘다정서점’. 이곳은 북카페와 독립서점의 중간 형태로, 관광객보다 조용히 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다정서점은 전체적으로 따뜻한 베이지 톤의 인테리어에, 대형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루프탑 좌석이 마련돼 있다. 내부에는 에세이, 여성주의 서적, 문학, 심리학 중심으로 큐레이션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이곳은 특히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
바다뷰 좌석에 앉아 조용히 필사를 하거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조용한 낭독회’가 열리며, 예약제로 소수 인원이 참여해 각자 고른 문장을 공유한다.
북스테이는 운영하지 않지만, 다정서점 근처에는 소형 민박이 많아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
[거제 장승포] ‘책섬’ 항구 끝에서 만나는 북스테이형 감성 책방
거제시 장승포항 인근에는 감성적인 북스테이 공간이 하나 숨어 있다. 이름은 ‘책섬’이다.
이곳은 실제 서점과 숙소가 결합된 공간으로, 거제도를 찾은 책 애호가들에게 ‘거제의 조용한 밤’을 선사한다.
책섬은 총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1층은 북카페형 서점, 2층은 북스테이 전용 객실이다. 책장은 해양문학, 여행기, 아동 그림책, 거제 관련 역사서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북스테이 투숙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매우 섬세하다.
예약 시 ‘오늘의 기분’에 따라 책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밤에는 테라스에 앉아 별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조도 조절 조명이 제공된다.
또한 요청 시 ‘문장 엽서’와 ‘필사 노트’도 함께 제공되며, 아침에는 소박한 토스트와 커피가 조용히 문 앞에 놓여 있다.
거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서점은 말 그대로 ‘섬 속의 서점’이다.
남해안의 책방들은, 바다처럼 조용히 말을 건다
책은 원래 조용한 것이다.
그리고 바다 역시 소리 없이 마음을 채운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공간은 ‘감성’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잔잔함을 전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책방 이층(통영)’, ‘섬책방’ & ‘다정서점(남해)’,‘책섬(거제)’은
각각의 도시에서 실제 운영 중이며, 모두 바다 근처에서 ‘읽는 여행’을 제안하는 공간들이다.
관광지와는 다른 결을 가진 이 공간들은, 잠시 멈춰 책을 펴게 만들고,
조용한 여행의 온도를 올려준다.
차 한 잔, 책 한 권, 그리고 바다.
당신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머무른다면,
그곳이 바로 진짜 여행의 도착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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