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경주 자전거 여행 책방 코스 바람 따라 책 향 따라

mystory00610 2025. 8. 13. 18:10

경주는 천년의 역사와 문화유산, 그리고 드넓은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황리단길의 감성 골목부터 보문호수의 푸른 물결, 그리고 감포 해안의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어디를 가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주의 매력을 두 배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길고 완만한 자전거 도로, 곳곳에 숨은 북카페형 독립서점이 여행의 쉼표가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스는 자전거로 경주의 풍경을 따라 달리며, 중간중간 책과 차, 그리고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경주의 티(Tea) 북카페들을 잇는 하루 코스입니다.

1. 아침 — 보문호수 자전거길 & ‘책방 보문호’

아침 일찍 경주 보문관광단지로 향하면, 보문호수 주변을 따라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간은 약 8km로, 호수를 따라 천천히 달리면 수면 위로 아침 햇살이 부서지고, 물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푸른 수초와 연꽃,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호수 주변을 감싸며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보문호수 동쪽 끝자락에는 ‘책방 보문호’라는 작은 북카페가 자리합니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해 로컬 작가의 책과 경주 관련 사진집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해 두었으며, 차 메뉴도 독특합니다. 녹차, 황차, 말차 라떼 같은 전통 차부터 로즈마리 허브티, 오미자 블렌딩 티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수 전망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면, 하루의 시작이 여유롭고 차분하게 풀립니다.

2. 오전 — 황성공원 자전거길 & ‘달빛책방’

보문호수에서 황성공원까지는 자전거로 약 20~25분 정도 소요됩니다. 황성공원은 경주 시내에 자리하지만, 울창한 숲과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마치 도심 속 작은 숲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가을이면 황금빛, 주홍빛으로 물들어 이 시기에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황성공원 인근 골목에 있는 ‘달빛책방’은 오후 늦게부터 문을 여는 소규모 독립서점이지만, 오전에는 특별히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테이크아웃 차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준비해 줍니다. 사장님은 여행과 문학을 사랑하는 분으로, 경주와 관련된 시집, 여행에세이, 자전거 여행기를 엄선해 비치해 둡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유자차와 라벤더 티인데, 자전거로 달려온 몸에 은은한 단맛과 허브향이 퍼지면 피로가 사라지는 듯합니다.

정면, 왼쪽, 오른쪽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장이 있고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3. 점심 — 중앙시장 맛집 & 황리단길 ‘서쪽다방’

황성공원에서 중앙시장까지 자전거로 약 10분이면 도착합니다. 중앙시장은 경주의 대표 재래시장으로, 경주빵, 찰보리빵, 단팥죽, 해물파전 등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합니다. 점심은 중앙시장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잔치국수와 시장표 빈대떡은 자전거 여행자들의 단골 메뉴입니다.

식사 후 황리단길로 이동하면, 카페와 소품샵, 책방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습니다. 그중 ‘서쪽다방’은 찻잔과 책이 함께 있는 복합 공간입니다. 전통 다기 세트를 이용해 직접 우리 차를 내려 마실 수 있고, 차와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가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홍차와 함께라면 영국 문학 소설을, 녹차와 함께라면 동양 철학서를 권해 주는 식입니다. 황리단길 특유의 감성과 차향, 책이 한 공간에 녹아 있어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가기 좋습니다.

4. 오후 — 감포 해안 자전거길 & ‘파도책방’

황리단길에서 감포항까지는 자전거로 약 50분 정도 걸리지만, 경주 자전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해안을 따라 난 도로는 바다와 나란히 이어져 있어, 한쪽은 푸른 동해가, 다른 한쪽은 낮은 언덕과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라이딩의 피로를 덜어 줍니다.

감포항 근처의 ‘파도책방’은 이름처럼 파도 소리가 들리는 북카페입니다. 하얀 벽과 나무 가구, 큰 통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며, 주인은 해양문학과 여행서를 주로 선별해 두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경주 감포 해역에서 채취한 해조류를 이용한 블렌딩 허브티와 레몬그라스 차가 인기입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바다 냄새와 허브향이 어우러져 여행의 감각이 한층 깊어집니다.

5. 저녁 — 경주 남산 둘레길 & ‘숲속서재’

감포에서 경주 남산으로 돌아오는 길은 해안로를 따라가다가 남산 자락으로 이어집니다. 남산 둘레길은 자전거와 도보 모두 가능한 코스로, 길게 이어진 숲길이 일몰 무렵 특히 아름답습니다. 산새 소리와 풀잎 스치는 바람 소리가 하루의 끝을 부드럽게 감싸 줍니다.

남산 북쪽 입구에 있는 ‘숲속서재’는 말 그대로 숲에 둘러싸인 작은 책방입니다. 이곳은 오후 늦게부터 야간까지 운영하며, 주로 명상, 심리, 자연 관련 도서를 다룹니다. 차 메뉴는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종류가 많아 저녁 라이딩 후 휴식하기에 좋습니다. 창밖으로는 산자락이 내려다보이고, 은은한 조명 아래 책을 읽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풀립니다.

6. 여행 팁

  • 자전거 대여: 경주 시내와 보문단지, 황리단길 주변에 대여소가 많으며,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장거리 코스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 차 보관: 일부 책방에서는 직접 우린 차를 텀블러에 담아주는 서비스가 있어, 라이딩 중에도 즐길 수 있습니다.
  • 계절별 추천: 봄·가을은 날씨가 선선해 전 구간 라이딩이 가능하며, 여름에는 감포 해안 코스를 중심으로, 겨울에는 실내 북카페 위주로 코스를 짜면 좋습니다.

경주의 자전거 여행은 단순히 페달을 밟는 시간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과 공간, 그리고 책과 차가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책방에서 잠시 머물며 차를 마시고, 다시 길로 나서는 반복 속에서 여행은 한층 깊어집니다. 이번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경주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책장 속 문장처럼 차곡차곡 마음에 쌓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