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요해 지는 경주 골굴사·포항 오어사 주변 명상 독립서점
경주와 포항 사이에는 유난히 ‘고요’를 품은 장소들이 많습니다.
바다와 산이 맞닿는 지형 속에,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사찰들이 자리하고, 그 길목에는 조용히 책을 펼칠 수 있는 독립서점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경주 골굴사와 포항 오어사라는 두 명상의 성지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들를 만한 명상·사색형 책방을 소개합니다.
이 여행은 소란스러운 관광 대신,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초점을 맞춥니다.
1. 경주 골굴사 — 선무도와 절벽 굴 속의 고요
경주 동해안 쪽 산자락에 위치한 골굴사는 ‘선무도’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절벽 속에 굴이 나 있고, 그 안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곳은 다른 사찰보다 ‘수행’의 기운이 강합니다. 방문객들은 단순 참배를 넘어, 명상 수련·선무도 체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골굴사의 매력은 ‘고요 속의 움직임’입니다. 새벽 선무도 수련에 참여하면, 산속의 찬 공기와 함께 몸을 깨우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수련이 끝난 뒤, 사찰 주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수평선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2. 골굴사 주변 명상 독립서점 — 책방 산숨
골굴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책방 산숨은, 이름 그대로 ‘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책방입니다. 작은 시골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실내는 전통 한옥의 골격을 살리고 현대적인 가구를 더해 편안합니다.
이곳의 책 큐레이션은 ‘마음·몸·자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명상, 요가, 호흡, 식물학, 인문에세이가 주를 이루고, 한쪽에는 불교·동양철학 관련 서가가 따로 있습니다.
책방 주인은 골굴사 인근에서 10년 넘게 생활한 분으로, 사찰과 수행에 관한 로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끔은 ‘명상 독서회’가 열려, 10명 내외의 인원이 함께 호흡 명상 후 짧은 독서를 나누기도 합니다.
추천 코스
- 오전: 골굴사 새벽 선무도 체험
- 오전 10시: 책방 산숨 방문, 명상·철학 책 한 권 선택
- 점심: 인근 로컬 한식집에서 산나물 정식
- 오후: 책방 마당이나 근처 산책로에서 독서
3. 경주 양남면 해안길 — 바닷마루 책방
골굴사에서 동쪽으로 20분 정도 달리면, 양남면 해안도로에 바짝 붙은 바닷마루 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은 명상과 사색에 어울리는 ‘바다 뷰 독립서점’입니다. 창가에 앉으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책방에는 바다·자연·여행·철학 서적이 많습니다. 특히 ‘고요한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집과 수필집이 눈에 띕니다. 명상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책방 안에 ‘명상방’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좌식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사찰에서 받은 평온함을 이어가기 좋습니다.
4. 포항 오어사 — 달빛 아래 물결처럼 고요한 절
포항 남구에 위치한 오어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찰입니다. ‘오어(五魚)’라는 이름은, 사찰 앞 오어지(못)에 다섯 마리의 물고기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됩니다. 오어지는 계절마다 색을 바꾸며,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초록,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 피어납니다.
오어사의 가장 큰 매력은 ‘물소리와 바람소리’입니다. 사찰 앞 연못에 부는 바람과,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명상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듭니다. 이곳에 오면 굳이 앉아 눈을 감지 않아도, 마음이 저절로 잔잔해집니다.
5. 오어사 주변 명상 독립서점 — 책과 숨
오어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책과 숨은, ‘숨을 고르며 책을 읽는 공간’을 표방하는 독립서점입니다. 공간이 넓지 않지만, 좌식 테이블과 창가 1인석이 있어 혼자 방문하기 좋습니다. 책은 심리학, 철학, 명상, 치유에세이 위주로 채워져 있고, 로컬 작가의 소규모 출판물도 큐레이션되어 있습니다.
책방 주인은 요가 강사 출신이라, 주말마다 간단한 스트레칭 명상 클래스를 열기도 합니다. 책방에서 책을 고른 후, 옆 카페 공간에서 허브티를 마시며 읽는 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6. 오어지 근처 북카페 — 호수책방
오어사 바로 앞 오어지 옆에는 호수책방이라는 북카페형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오어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 덕분에, 사계절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책 읽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외 문학·에세이, 다른 하나는 자연·생태·명상 서적입니다. 호수와 어울리는 고요한 음악이 흐르고, 메뉴에는 무카페인 차와 가벼운 디저트가 많아, 명상 여행자에게 부담 없이 좋습니다.
7. 명상 서점 여행 하루 코스 제안
명상과 독서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아래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 오전 6시 — 골굴사 새벽 선무도 체험
- 오전 9시 — 책방 산숨에서 명상·철학 서적 탐독
- 오전 11시 — 양남 해안도로 드라이브 & 바닷마루 책방
- 점심 1시 — 포항 이동, 로컬 채식 식당
- 오후 2시 — 오어사 산책 및 오어지 풍경 감상
- 오후 3시 — 책과 숨 방문, 허브티와 함께 독서
- 오후 5시 — 호수책방에서 일몰 감상 후 귀가
이 코스를 따라가면, 하루 동안 ‘산속 고요 → 바닷가 사색 → 호숫가 평온’이라는 세 가지 다른 종류의 명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8. 계절별 팁
- 봄 — 골굴사 주변 매화·벚꽃이 필 때 방문하면 사찰 풍경이 더 부드럽습니다.
- 여름 — 바닷가 책방은 시원한 바람과 파도 소리를 즐길 수 있지만, 한낮보다는 아침·저녁이 좋습니다.
- 가을 — 오어지 단풍철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니 주말 붐빔을 피해 평일 방문 권장.
- 겨울 — 골굴사 설경, 오어지 얼음 풍경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시기입니다.
마무리
경주 골굴사와 포항 오어사 주변의 명상 독립서점 여행은, 단순히 ‘책을 사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여행’입니다.
사찰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방에서 사색을 더하며, 바다와 호수의 풍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쉼표가 되어줍니다.
다음번 동해안 여행에서는, 카메라보다 노트를 챙겨가세요. 그리고 그날 읽은 문장과, 바람과 파도의 소리를 함께 기록해 두세요. 언젠가 다시 꺼내 읽었을 때, 오늘의 고요가 그대로 되살아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