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대·경주 감포 해변 따라 만나는 바다뷰 독립서점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파도 소리와 커피 향, 그리고 종이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바다뷰 독립서점’입니다. 오늘은 포항 영일대에서 출발해 경주 감포 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하루 동안 들를 수 있는 감성 책방들을 소개합니다. 여행지로서도 좋지만, 그 공간이 주는 사색과 여유는 바다만큼 깊습니다.
1. 포항 영일대, 바다와 맞닿은 책 공간 — 바다책방 파도
영일대 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바다 명소입니다. 이곳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바다책방 파도는, 통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동해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입니다. 매장 안은 따뜻한 원목 가구와 해양 테마 소품으로 꾸며져 있고, 책은 문학·에세이·여행·바다 생태 관련 도서 위주로 큐레이션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매력은 ‘조용한 시선’입니다. 주인이 매달 한 권씩 선정하는 ‘이달의 바다책’을 통해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날은 동해안의 어부 이야기, 또 어떤 날은 바닷새를 다룬 사진집이 전시되기도 합니다. 카페 메뉴 역시 바다와 연관된 이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파도 라떼’, ‘심해 더치커피’ 같은 이름을 붙여, 책과 커피에 작은 이야기를 입혔죠.
여행 코스 팁으로는, 아침 일찍 영일대 해변 산책 → 바다책방 파도에서 늦은 아침 독서 → 인근 해산물 맛집에서 점심을 이어가면 좋습니다. 책방 창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읽는 책 한 권은, 집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경험입니다.
2. 포항 송도해변, 문화와 예술이 머무는 곳 — 서점 바다결
영일대에서 차로 15분 남짓, 송도해변 근처에는 서점 바다결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바다의 결’과 ‘책의 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작은 전시와 공연, 북토크가 꾸준히 열리는 문화 살롱 같은 성격이 강합니다.
가게는 하얀 벽과 푸른 창틀로 꾸며져 있어, 문을 열면 지중해 작은 마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줍니다. 책은 여행·예술·사진집·환경 관련 도서가 주를 이루며, 해양 생태 보전 관련 소책자나 독립출판물도 많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말에는 ‘작가와의 바다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책방 주인과 작가, 그리고 참가자들이 해변을 함께 걸으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행사입니다.
서점 바로 앞이 송도해변이라, 여름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책방을 찾는 손님도 종종 보입니다. 책방에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 해변 데크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송도해변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서점 바다결의 감성이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3. 경주 감포항, 어촌 마을 속의 서점 — 감포책등대
포항에서 경주 감포로 넘어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명소로 유명합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감포책등대는, 마치 등대처럼 여행자들의 길을 밝혀주는 책방입니다. 실제로 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해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바로 들려옵니다.
이곳은 어촌마을에 자리 잡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여행자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책방은 바닷마을의 역사, 해양 생물, 그리고 항구의 삶을 다룬 책이 많고, 벽면 한쪽에는 감포 어르신들이 제공한 옛날 흑백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은 책방이자 마을 기록 보관소이기도 한 셈입니다.
여름철에는 야외 데크에서 열리는 ‘바다 낭독회’가 인기가 많습니다. 해가 질 무렵,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시를 낭독하는 시간은 감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감포항에서 회를 포장해와 책방 테라스에서 즐기는 손님들도 종종 보입니다.
4. 감포 읍천항, 벽화마을 옆 감성 서점 — 읍천바다책방
감포항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만나는 읍천항은 ‘벽화마을’로 유명합니다. 이곳에는 읍천바다책방이라는 작은 북카페형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가게 한쪽은 서점, 한쪽은 카페로 운영되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계절마다 색이 바뀝니다.
이 책방의 특징은 ‘바다를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이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국내외 작가들의 바다 사진집, 어부 인터뷰집, 해변 채집 일기 같은 소규모 인쇄물이 서가 한 줄을 채우고 있습니다. 카페 메뉴는 직접 만든 수제청 음료와 디저트가 주력인데, 특히 ‘바다 레몬파이’는 단골 손님들이 강력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읍천바다책방을 찾았다면, 책을 읽고 난 후 마을 산책도 추천드립니다. 벽화마을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책에서 본 풍경과 실제 마을이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 중 ‘읽은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죠.
5. 해안 드라이브 + 바다뷰 책방 코스 제안
바다책방 여행은 단순히 책을 사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풍경까지 함께 즐기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코스를 이렇게 추천드립니다.
- 오전 9시 —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 해변 포토 스팟 촬영
- 오전 10시 — 바다책방 파도에서 커피와 함께 아침 독서
- 점심 12시 — 송도해변 인근 해산물 맛집 식사
- 오후 1시 30분 — 서점 바다결 방문, 바닷길 산책 및 소규모 전시 관람
- 오후 3시 — 경주 감포항 이동, 감포책등대에서 마을 기록 사진 감상
- 오후 5시 — 읍천바다책방에서 독립출판물 탐독, 디저트 타임
- 저녁 7시 — 읍천항 근처에서 회포식 후 귀가
이 코스를 따르면, 하루 종일 ‘바다와 책’이라는 두 테마 안에서 여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계절마다 표정이 다르고, 책방의 큐레이션도 수시로 바뀌기에, 같은 코스를 두 번 가도 전혀 다른 경험이 가능합니다.
마무리
포항 영일대에서 경주 감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바다를 품은 독립서점들이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각 책방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바다의 이야기를 담고, 여행자의 하루를 채워주는 작은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바다책방에서 읽는 한 문장은, 집에서 읽을 때보다 오래 마음속에 남습니다.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면, 자동차 한 대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챙겨, 이 바닷길 책방 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