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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주전해변 근처 바다뷰 책방 추천

mystory00610 2025. 8. 11. 13:10

울산 동쪽 바닷길은 단순히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절곶의 붉은 해돋이, 주전해변의 청명한 물빛,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산책길과 마을 풍경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여행 목적은 조금 특별하다. 바로 책과 바다가 함께 있는 ‘바다뷰 책방’을 찾는 것이다.

바닷가 책방은 도심 속 서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준다. 창밖에 펼쳐진 수평선, 바람에 실려 오는 짠내, 그리고 파도 소리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간절곶과 주전해변 사이, 그리고 주변에 숨겨진 바다뷰 책방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이를 엮어 하루 여행 코스까지 제안한다.

1. 간절곶 바닷가의 하얀 집, ‘파도책방’

간절곶 등대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바다를 마주 보고 서 있는 하얀 2층 건물이 있다. 이름도 시원한 ‘파도책방’.
멀리서 보면 하얀 외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1층 창문 너머로 책등이 보인다.

문을 열면 커피 향과 종이 냄새가 섞여 있다. 이곳은 1층이 서점 겸 북카페, 2층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독서 공간이다. 창가에 앉으면 파도가 거의 발끝까지 밀려오는 듯 가깝다. 주인장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은 바다와 여행, 항해, 해양 환경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내가 읽은 건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여행 에세이였는데, 책 속 풍경과 창밖의 간절곶 바다가 묘하게 겹쳐졌다. 책을 덮었을 때, 마치 나도 한 편의 여행기를 완성한 기분이었다.

주변 팁

  • 오전 6시~8시 사이에 방문하면, 해돋이를 보고 곧바로 책방에 들어갈 수 있다.
  • 간절곶 해맞이광장에서 5분 거리.
  • 커피뿐 아니라 직접 만든 바질 시럽 에이드가 인기.

2. 주전해변 골목 속 숨은 ‘코랄서재’

주전해변은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바다 풍경을 즐기려는 여행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해변의 소란이 잦아들고 ‘코랄서재’라는 아담한 책방이 나온다.

문을 열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바닷빛을 닮은 인테리어가 반긴다. 이곳은 주인장이 바다와 관련된 사진집, 독립출판물, 해외 해양 문학을 모아 둔 공간이다. 독특한 점은 ‘책을 빌려 바닷가에서 읽을 수 있는 대여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다. 돗자리와 방수 가방까지 빌려주어, 책을 들고 모래 위에 앉아 읽을 수 있다.

나는 '파도에 관하여'라는 시집을 빌려 해변에 앉았다. 시 한 편을 읽고 고개를 들면, 그 시의 배경이 눈앞에 있었다. 종이 위의 단어가 바다 위로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변 팁

  • 여름철 오후보다는 오전 방문이 좋다. 사람이 적어 조용히 바다를 볼 수 있다.
  • 책 대여 시 2시간 동안 해변에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
  • 근처에 주전물회 골목이 있어 식사까지 해결 가능.

3. 산과 바다를 잇는 ‘봉대산책방’

간절곶과 주전 사이에는 해발 250m의 봉대산이 있다. 정상까지 40~50분이면 오를 수 있어, 가벼운 산책 코스로 인기다. 봉대산 자락에는 ‘봉대산책방’이 있다. 이름부터 ‘책방’이 산과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바다뷰보다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위치가 장점이다. 책방 앞마당에 서면, 동쪽엔 푸른 바다, 서쪽엔 산 능선이 보인다. 서가에는 자연, 환경, 등산, 여행 관련 서적이 많다. 책을 읽는 자리 옆에는 주인장이 직접 기른 허브 화분이 놓여 있어 향긋하다.

나는 등산을 마치고 이곳에서 ‘걷기의 인문학’을 읽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창문 너머로 바다와 숲 냄새가 동시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마시는 허브티 한 잔은, 어느 고급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는 힐링이었다.

주변 팁

  • 봉대산 입구에서 도보 10분 거리.
  • 트레킹 후 방문 시, 아이스 허브티 추천.
  • 겨울에는 난로를 피워 따뜻한 분위기.

잔잔하고 조용한 해변가. 모래사장 위에 한 사람이 간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4.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해변의 도서관’

주전해변 북쪽 끝, 작은 방파제를 지나면 ‘해변의 도서관’이 있다. 옛 해양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라 외관은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바다와 맞닿아 있는 듯한 뷰가 펼쳐진다.

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은 하루 종일 색이 변한다. 오전에는 푸르고, 오후에는 황금빛, 저녁에는 붉게 물든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의 변화가 책의 한 챕터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독서뿐 아니라 ‘바다 환경 보존’ 강연과 작은 전시를 자주 연다. 내가 갔을 때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습관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책을 읽고, 바다를 보고,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공간이다.

주변 팁

  • 전시 일정은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확인.
  • 겨울철에는 창가 자리 예약 필수.
  • 바다 소리가 크게 들리는 창문 바로 옆이 인기.

5. 밤바다와 함께하는 ‘달빛책방’

간절곶의 밤은 낮보다 고요하다. ‘달빛책방’은 그 고요한 밤을 지키는 곳이다.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자정까지 운영한다. 덕분에 등대 불빛과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방 내부는 노란 조명과 목재 가구로 꾸며져 따뜻한 분위기다. 커피 대신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 한 손에 책, 한 손에 와인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주인장은 “책을 읽는 시간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바다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갔을 때는 ‘밤바다 시낭독회’가 열리고 있었다.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시 구절이, 그날의 바다를 더 깊게 만들었다.

주변 팁

  • 야간에는 해안도로 조명이 약하니 도보보다는 차량 이동 추천.
  • 와인과 함께 곁들이는 치즈 플레이트 인기.
  • 1인 방문객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자리 구비.

추천 1일 코스

  1. 오전 6시 — 간절곶 해맞이 & ‘파도책방’ 모닝 커피
  2. 오전 9시 — 봉대산 트레킹 후 ‘봉대산책방’ 허브티
  3. 점심 — 주전항 물회 거리 식사
  4. 오후 1시 — ‘코랄서재’에서 책 대여 후 해변 독서
  5. 오후 4시 — ‘해변의 도서관’ 방문, 전시 관람
  6. 저녁 7시 — ‘달빛책방’에서 와인과 책, 밤바다 감상

이렇게 하루를 채우면, 산과 바다, 그리고 책을 모두 품은 여행이 완성된다.
간절곶과 주전해변의 바다뷰 책방들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들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읽은 한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