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도시 장생포 북카페 — 해양 테마 독립서점 모음
울산 남구 장생포는 한때 고래잡이로 번성하던 항구 마을이었고, 지금은 ‘고래의 도시’라는 별명을 간직한 채 관광 명소로 변모한 곳입니다.
이곳에는 고래문화마을, 장생포 고래박물관, 고래문화마을 전망대 같은 명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바닷바람과 고래 이야기가 묻어나는 골목마다 작은 서점과 북카페들이 숨어 있습니다.
해양 테마의 책과 인테리어, 그리고 바다를 닮은 여유가 있는 이곳의 독립서점은 장생포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닷마을 감성을 담은 장생포·울산 남구 일대 북카페와 독립서점 4곳을 중심으로, 걷기·차·책이 어우러지는 하루 코스를 제안합니다.
1. 고래책방 — 장생포의 이야기 보관소
장생포 골목 끝자락, 푸른 벽화가 그려진 건물 안에 자리한 ‘고래책방’은 이름부터 이곳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고래 관련 서적, 해양 생태 책, 바다 여행 에세이 등 ‘바다’와 ‘고래’를 키워드로 한 큐레이션이 인상적인 공간입니다.
입구에는 고래 모양의 목각 장식과 포토존이 있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인기 스팟이기도 합니다.
고래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장생포의 옛 어민들이 남긴 기록 사진과 이야기를 전시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래잡이 시절의 흑백 사진과 그 시절의 항구 생활을 담은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창가 쪽에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2인 테이블이 있어,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기 좋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래 라떼’는 바다를 닮은 블루 크림이 올라가 사진 찍기 좋은 메뉴로 유명합니다.
2. 바다서재 — 파도 소리를 닮은 공간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바다서재’는 파도 소리와 책 냄새가 어우러진 조용한 북카페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 한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장생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닷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책장을 넘기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다서재는 주제별 서가가 잘 구분되어 있습니다. 여행·문학·환경·바다 생물학 등 해양과 관련된 분야가 특히 많습니다.
사장님은 전직 해양생물 연구원 출신으로, 책 추천과 함께 흥미로운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작은 북토크’나 ‘저자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주로 해양 환경과 지속 가능한 삶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음료 메뉴는 로컬 원두를 사용한 드립 커피와, 남구에서 재배한 허브를 사용한 블렌딩 티가 인기입니다.
여름에는 ‘블루 레몬에이드’를, 겨울에는 ‘따뜻한 생강차’를 추천합니다.
3. 파도책방 — 여행자의 쉼터
장생포항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있는 ‘파도책방’은 여행자를 위한 서점이자 카페입니다.
이곳은 독립출판물과 사진집, 여행 에세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책장에는 울산·부산·통영·거제 등 남해안을 여행한 작가들의 글과 사진이 가득해, 바다를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파도책방의 또 다른 매력은 ‘여행자 기록 서비스’입니다.
방문객이 자신의 여행기를 짧게 적으면, 이를 작은 카드북 형태로 제작해주는데, 이 기록들이 서점 한쪽 벽면에 전시됩니다.
다른 여행자들의 기록을 읽다 보면, 장생포라는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시선으로 담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내부는 목재 인테리어와 해양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 따뜻하고 아늑합니다.
책을 고른 뒤, 2층 루프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일몰 시간대에 특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4. 고래등대 북카페 — 바다 위 등대 같은 서점
장생포항 방파제 근처에 있는 ‘고래등대 북카페’는 이름처럼 ‘등대’를 테마로 한 서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실제 등대에서 사용하던 렌즈와 해양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고, 등대와 관련된 소설·사진집·다큐멘터리 서적이 가득합니다.
이곳은 바닷바람을 피하며 책을 읽기에 좋은 실내 좌석과, 파도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야외 테라스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든 바다와 항구의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보다 더 인상적으로 기억됩니다.
고래등대 북카페는 주말마다 ‘바다 영화 상영회’를 열기도 합니다.
해양 다큐멘터리나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됩니다.
여행 중에 운이 맞는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5. 하루 코스 추천 — 바다와 책 사이
장생포에서 해양 테마 독립서점을 즐기려면 걷기와 독서가 조화롭게 섞인 하루 코스를 추천합니다.
- 오전 :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탐방 → 고래박물관 관람
- 점심 : 항구 근처 해물 칼국수나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식사
- 오후 : 고래책방 → 바다서재 → 파도책방 순으로 이동
- 해질녘 : 고래등대 북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 저녁 : 항구 주변 펍이나 카페에서 하루 마무리
이 코스를 따르면, 장생포의 역사와 현재, 바다와 책이 어우러진 하루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6. 여행 팁
- 이동 수단 : 장생포 일대는 도보 이동이 가능하지만, 서점 간 거리가 조금 있으니 자전거 또는 전동 킥보드 이용도 추천됩니다.
- 방문 시간 : 서점 대부분이 오후 12시 이후 오픈하니, 오전에는 관광지를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 사진 포인트 : 고래책방 입구, 파도책방 루프탑, 고래등대 북카페 야외 테라스
- 기념품 : 서점별로 판매하는 고래 엽서, 바다 일러스트 노트, 해양 테마 책갈피
장생포의 해양 테마 독립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바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 저장소’입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래의 전설과 항구의 역사를 책으로 만나는 경험은, 다른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파도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어우러지는, 오직 장생포에서만 가능한 하루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