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조용한 찻잔 옆 문장 하나 구례 감성 북카페형 다실 서점 BEST 5

mystory00610 2025. 8. 7. 13:10

책과 차 사이, 말 없는 위로를 받는 곳

누군가에게는 책이 위로고, 또 누군가에게는 차 한 잔이 하루의 안정을 만들어준다.
책과 차는 오래전부터 조용한 사람들의 취향을 담는 도구였고, 그 둘이 함께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전라남도 구례는 그런 공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지리산이 감싸고 섬진강이 흐르는 이 마을에는 조용하고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들이 만든 감성 북카페형 서점들이 있다.
이곳은 책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기보다 가만히 앉아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에 가깝다.

특히 구례는 차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차밭이 많은 지역답게, 일반 북카페와는 다른 ‘다실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방들이 존재한다.
찻잎을 직접 덖고, 다도를 즐기며, 고요한 음악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풍경.
그런 장면이 가능한 곳들을 아래에 소개한다.

지금부터 구례에서 꼭 들러야 할 감성 북카페형 다실 서점 BEST 5를 함께 살펴보자.

1. 책방 리기다 — 숲과 문장이 교차하는 작은 서가

구례읍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골목 안, 나무 간판 하나가 작게 걸려 있는 서점이 있다.
이곳의 이름은 ‘책방 리기다’.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운영자가 만든 이 서점은, 공간 전체가 한 그루 나무처럼 정갈하다.

책방 리기다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숲, 차, 걷기, 생태, 인문학에 집중된 서가가 인상적이다.
모든 책에는 손글씨 메모와 큐레이션 카드가 꽂혀 있으며, 책을 고르지 않더라도 그냥 들춰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서점 내부 한 켠에는 다실형 테이블이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우려낸 찻잎차 또는 제철 허브티를 차분하게 음용할 수 있다.
커피도 제공되지만, 이곳의 분위기에는 차가 더욱 어울린다.
창가 자리에는 필사노트와 필기구가 놓여 있으며, ‘문장 하나 적어두고 가기’라는 소소한 이벤트도 상시 운영 중이다.

책방 리기다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차와 문장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미니 북토크도 진행한다.
차를 중심으로 한 에세이를 함께 읽고, 한 문장씩 공유하는 감성적 모임이다.
관광객도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2. 다미헌 — 전통 다도와 책이 공존하는 고택형 책방

구례 토지면 인근에 위치한 ‘다미헌(茶美軒)’은 전통 한옥으로 운영되는 찻집 겸 서점이다.
이곳은 본래 차를 배우는 공간으로 시작했으나, 2023년부터 다도 전문 서적과 문학서 위주의 서점 공간을 함께 열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했다.

다미헌은 대청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찻잔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찻상 위에는 계절별 차 세트와 함께 차에 어울리는 시집 또는 단편소설이 권장 도서로 함께 제공된다.
운영자는 계절에 따라 차 종류를 바꾸고, 그에 어울리는 문학 작품을 큐레이션하여 ‘차마카세 + 문장세트’ 형태로 운영한다.

차를 주문하면 ‘오늘의 문장’이라는 손글씨 카드도 함께 제공된다.
그 문장은 다도와 관련된 고전 구절일 수도 있고, 최근에 발행된 에세이에서 고른 한 줄일 수도 있다.
이 작은 문장이 찻잔 옆에 놓이면, 책과 차 사이의 공백이 시처럼 채워진다.

고즈넉한 한옥 구조, 흙내음 가득한 마당, 나무로 된 책장.
다미헌은 구례에서 전통 다실과 책방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3. 문장사이 — 독립출판 & 차 중심 큐레이션 북카페

구례읍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위치에 있는 '문장사이'는 이름처럼 문장 중심 큐레이션 책방이다.
서점은 독립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에서 발행한 에세이, 시집, 철학 도서가 주를 이루며,
그 중 많은 책이 차, 명상, 자연 감각 회복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차와 책을 세트로 추천해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청잎차 + 숲을 걷는 사람들(산문집)” 같은 식으로 오늘의 차와 함께 어울리는 책을 제안해준다.
고객은 찻잔을 받기 전, 오늘 읽을 책을 한 권 고르고, 가장 조용한 창가 좌석에 앉아 하루를 머문다.

'문장사이'는 내부 좌석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정숙한 분위기가 잘 유지된다.
모든 자리는 혼자 앉을 수 있게 배치되어 있고,
음악 또한 피아노 솔로 또는 자연음으로 구성되어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는 ‘문장 필사 워크숍’이 열리며,
차를 마시며 문장 필사와 짧은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혼자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차 나무 위에 책이 펼쳐있고 잉크와 깃털 연필이 있음

4. 책마루다 — 마을공동체 서점이자 다실 북카페

구례 간전면에 위치한 ‘책마루다’는 이름부터가 감성적이다.
‘책 + 마루 + 다(茶)’가 합쳐진 이름으로,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이다.
이 공간은 평소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문화 사랑방으로 사용되며,
주말에는 외부 여행자를 위한 북카페와 다도체험 공간으로 개방된다.

책마루다의 서가는 세련되지 않지만 정겹다.
구례 지역의 역사서, 차에 관련된 고전 문헌, 기증받은 시집과 에세이가 주로 꽂혀 있다.
누군가 읽다 남긴 메모나 접힌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책 속에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매력이다.

다실 공간은 대청 구조로 되어 있으며, 찻잎차 또는 국화차가 기본 제공된다.
커피는 없다. 대신 계절차의 온도와 향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마련된다.
운영자는 손님에게 말을 많이 걸지 않지만, 필요하면 차를 내리며 조용히 책 이야기를 나눠주기도 한다.

책마루다는 이 지역에서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책방이다.
혼자 와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와도 조용해지는 공간이다.

5. 책숲머무름(카페룸) — 북스테이 전용 공간의 북카페 시간

'책숲머무름'은 구례 북스테이 숙소로 유명하지만,
그 중 1층의 카페룸(Book Café Room)은 숙박 손님뿐만 아니라 평일 오후에는 카페로 운영된다.
이곳은 숲속 서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벽면을 따라 책장이 나무처럼 뻗어 있다.

카페룸에서는 구례산 세작차, 허브티, 직접 만든 블렌딩차 등을 제공하며,
모든 음료는 티포트 서비스로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다.
음료를 주문하면 ‘오늘의 문장’ 카드가 함께 제공되며, 원하는 사람은 필사 엽서에 한 줄을 남길 수 있다.

이 공간은 독서 전용 좌석이 구분되어 있고, 음성 통화 금지, 무음 배경음악 등의 규칙이 지켜진다.
무엇보다 책과 차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구성이라, 오직 ‘머무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

'책숲머무름' 카페룸은 숙소 예약이 없어도 평일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므로, 조용한 독서가 필요한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고, 한 잔의 차로 마음을 덮을 수 있는 그 여유가 이곳에는 있다.

조용히 마시고, 천천히 읽는 시간이 주는 선물

구례의 책방들은 상업적인 북카페와는 다르다.
이곳의 북카페형 서점들은 차분한 조도를 유지하며, 조용한 독서와 감정의 회복을 중심에 둔다.
손님은 책을 고르지 않아도 좋고,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찻잔을 들고 문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정리된다.

차와 책이 함께하는 여행은 사람의 감각을 되돌려준다.
이제는 잊고 지내던 ‘천천히’의 감각.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