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포항 청년 북서점 탐방 Z세대가 만든 감성 책방 이야기

mystory00610 2025. 8. 4. 18:10

책방의 세대가 바뀌고 있다

한때 책방은 ‘나이든 책벌레들의 공간’으로 여겨지곤 했다.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책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책방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포항을 비롯한 지방 소도시에서 Z세대가 운영하는 감성 독립서점들이 주목받고 있다.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면서도, 아날로그 감성과 취향에 깊이 몰입하는 경향을 가진다. 그들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과 세계관을 담아 책방을 만든다. SNS 감성 큐레이션, 문장 기반의 소품 제작, 1인 독서 공간, 책+굿즈 결합 등, Z세대 서점 운영자들의 방식은 기존의 서점과는 다르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포항에서 활동 중인 청년 서점 운영자들과 그들의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단지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세대와 시대를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1. '책과 너머'  포항 청년들이 함께 꾸리는 골목책방

특징: 큐레이션형 독립서점 / SNS 기반 문장 소개 / 월간 ZINE 발행

'책과 너머'는 연일읍의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청년 서점이다.
카페 골목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도 아닌 이곳을 굳이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조용하고, 어수선하지 않고, 책이 가장 잘 들리는 골목을 찾고 싶었다”는 운영자의 말처럼,
이 서점은 ‘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진 공간이다.

운영자는 문학 전공자와 디자이너 출신의 2인으로,
각자가 고른 책을 매주 큐레이션 보드에 소개하며, SNS에는 ‘한 줄 문장’만을 업로드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왜 끝내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책에 붙어 있는 메모에는

“이별은 다 지나고 나서야 완성된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매달 마지막 주에는 『책과 너머』가 직접 만든 **미니 ZINE(소형 독립출판물)**이 발행된다.
주제는 ‘혼자서도 괜찮은 마음’, ‘울어도 되는 밤’, ‘꿈이 아니라 그냥 삶에 대하여’ 등
Z세대다운 문장과 감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꾸준한 구매층도 형성되고 있다.

이 책방은 책을 읽는 공간이면서도, ‘누군가의 말이 나에게 닿는 지점’을 조용히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책을 고르는 기준이 단 하나라는 것.

“이 책이 지금의 나를 조금이라도 살게 한다면, 누군가에게도 그럴 거예요.”

2. '문장정류장'  단 하나의 문장을 기다리는 공간

특징: 문장 필사 중심 / 엽서 굿즈 / 개인 서가 큐레이션 가능

『문장정류장』은 버스정류장 옆 자투리 공간에 위치한 아주 작은 책방이다.
서점이라기보다 마치 문장을 기다리는 쉼터 같은 느낌이다.
운영자는 20대 중반의 대학생으로, 혼자만의 자금으로 이 공간을 열었다.

내부는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작은 책장이 전부지만,
벽면에는 운영자가 그동안 필사해온 문장들이 엽서로 인쇄돼 붙어 있다.
방문자는 이 엽서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그 위에 직접 한 줄을 적어둘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특정 장르 없이, ‘하루를 버티게 해준 문장’ 중심으로 책이 큐레이션된다.
운영자가 고른 책은 다음과 같다:

  • 《오늘도 무사히》
  •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마음에도 체력이 필요해》
    등, 대부분 감정과 회복, 삶의 태도를 주제로 한 책들이다.

운영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책 전체보다 한 문장으로 위로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문장을 수집하고 있어요.”

이 공간은 청년 운영자의 감성 자체가 서점이 되어버린 곳이며,
누군가의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는 한 줄이 만들어지는 정류장이기도 하다.

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 오래된 서점

3.'한 페이지의 바다' 포항항 근처, 책과 사진이 공존하는 청년 복합서점

특징: 사진책, 독립출판물 / 전시 + 책방 복합 공간 / 워크숍 운영

'한 페이지의 바다'는 Z세대 청년 사진가가 직접 운영하는 책방 겸 전시 공간이다.
예전 수산물 창고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곳은
사진책과 에세이, 시집 중심으로 구성된 감성 독립서점이다.

책과 사진, 글이 동시에 전시되어 있으며,
매달 다른 청년 작가의 소형 사진전과 함께 책을 큐레이션한다.
예를 들면, ‘그리움’을 주제로 한 8월 전시에는
《그 여름, 우리는》, 《한 사람의 바다》 등 관련된 책들이 함께 소개되었다.

특히 운영자는 1인 작가 대상의 ‘셀프 출판 워크숍’을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에세이와 사진이 결합된 독립출판물 제작을 꿈꾸는 청년 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한편, 이 공간은 SNS 감성이 가장 돋보이는 책방 중 하나로,
운영자가 매일 직접 찍은 바다 사진 위에 책 속 문장을 적어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인스타그램 팬층이 두텁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읽고, 보고,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든 감정’을 책으로 연결시킨다.

4.'북토크 대신 노래방'  책이 아닌 문장으로 노는 새로운 감성 책방

특징: 책+굿즈+사운드 문장 / 북토크 대신 감정 해방 모임

다소 낯선 이름의 책방, '북토크 대신 노래방'은 이름 그대로 책방이지만 북토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책에서 인용한 문장을 노래 가사처럼 외우거나, 낭독하거나, 친구들과 주제로 삼아 토론하지 않고 ‘감정만 나누는’ 독특한 컨셉의 공간이다.

운영자는 2000년생, 즉 만 25세의 포항 청년이다.
이 공간은 책이 무겁고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실험적인 책방이며,
책 속 문장을 대화 도구로 활용하거나,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예를 들어,
《너라는 계절을 지나며》라는 책 옆에는 ‘이 책을 읽을 때 들으면 좋은 노래’로
아이유, 혁오, 검정치마 등의 곡이 함께 플레이리스트로 붙어 있다.

이 책방은 특히 Z세대의 표현 방식(짧고, 감정 중심, 음악 결합)을 잘 반영하며,
책을 ‘완독’하는 것보다 ‘이해되는 문장을 찾는 과정’을 중시한다.

운영자의 말처럼,

“책은 요즘 친구들에겐 진지한 친구 같아요. 가끔은 말 걸기 무섭지만, 같이 놀면 정이 들어요.”

청년 서점은 책을 팔지 않는다, 마음을 건넨다

포항의 청년 독립서점들은 기존의 서점과는 다르다.
이곳들은 책을 파는 공간이라기보다,
‘누군가의 감정이 살아 있는 문장을 전시하는 곳’에 가깝다.
Z세대는 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큐레이션하고, 문장에 감정을 담으며, SNS를 통해 세상과 공유한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문장 하나에,
익숙하지 않은 책 제목 하나에,
낡은 서가의 나무 냄새에 반응한다.

이제 책방은 더 이상 조용한 공간만이 아니다.
함께 웃고, 쓰고, 울 수 있는 공감의 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