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릉 인근 조용한 책방에서 머무는 하루
시간의 숨결이 흐르는 도심 속, 조용한 책방 한 곳
김해의 중심에는 오랜 전통이 숨 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수로왕릉이다. 신라와 맞서는 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의 무덤을 중심으로 한 일대는, 수천 년의 시간이 고요하게 머무는 공간이다. 이러한 장소에서 여행자는 단순히 유적을 ‘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속도로 사색하고 머물 수 있는 경험을 찾게 된다.
최근 김해 도심에도 하나둘씩 조용한 감성 서점과 북카페형 책방이 등장하면서, 수로왕릉과 그 주변을 잇는 도보 여행 + 책방 힐링 코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부원동, 회현동 일대에는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독립서점이 자리잡으며 지역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로왕릉 인근에서 하루 동안 머물며 조용히 책과 커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책방들을 소개한다.
유적지를 둘러본 뒤 조용히 책을 펼치고 싶은 당신에게, 김해의 오늘이 작은 쉼표가 되어줄 수 있다.
‘어느 책방’ , 김해 구도심 골목에 숨은 조용한 서재
김해시 회현동 골목 안에 위치한 ‘어느 책방’은 SNS에서 감성적인 북카페 사진으로 인기를 끌며 주목받기 시작한 조용한 책방이다.
수로왕릉에서 도보로 약 7~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역사 유적 관람 후 들르기 좋은 위치에 있다.
이 서점은 독립출판물, 에세이, 시집, 여행서 중심의 큐레이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용한 공간 운영 방침 덕분에 실내는 늘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실내 한켠에는 2~3인용 테이블과 커피 바가 함께 있어, 혼자 방문하거나 조용한 대화를 나누려는 연인에게도 알맞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책방만의 손글씨 큐레이션 카드와 테마 서가이다. 매달 다른 주제의 책들이 작은 벽면에 배치되고, 책방 주인이 직접 적은 추천 문구가 붙어 있어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책방 하늘집, 마당이 있는 북카페형 책방
‘하늘집’은 수로왕릉에서 도보 약 12분 거리, 부원동 주택가에 숨어 있는 북카페형 독립서점이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 차, 음악이 함께 흐르는 공간이다.
실내 서가는 한국문학, 감성 에세이, 그림책, 인문서적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담한 마당에는 나무 벤치와 해먹이 설치되어 있어 야외 독서도 가능하다.
특히 주말 오후에는 ‘마당 필사회’와 같은 소규모 프로그램도 열려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어울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카페 메뉴는 핸드드립 커피와 수제청 음료, 계절마다 바뀌는 티 라인이 인기가 많으며, 책방 안에서 직접 만든 감성 굿즈(책갈피, 책띠 엽서 등)도 구입할 수 있다.
파란서가, 여행자를 위한 조용한 독서 카페
김해시청 인근, 수로왕릉에서 약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파란서가’는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감성 독립서점 겸 북카페다.
이곳은 책을 좋아하는 여행자나 원도심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또는 퇴근 후 조용히 들르기 좋은 공간으로,
도서관처럼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는 블렌딩티와 바닐라라떼이며, 내부 좌석은 1인용 좌석과 커플 좌석으로 구분돼 독서·작업·사색 모두 가능하다.
책장은 동시대 작가 중심의 문학 작품, 국내 독립출판물, 여성주의 도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별 테마 큐레이션 서가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불필요한 대화보다 책과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리뷰에도 "작은 책방인데 마음이 환기되는 느낌"이라는 평이 많다.
느린책방, 오후가 느릿하게 흘러가는 동네 책방
‘느린책방’은 수로왕릉 북쪽 골목, 주택가 안쪽에 조용히 자리한 독립서점이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소규모 독서 모임과 필사 수업 공간으로도 활용되며,
서점 주인이 매주 직접 고른 책 한 권을 ‘이 주의 책’으로 큐레이션해 공간 한가운데 전시한다.
책방 내부는 원목 선반과 낮은 조명이 특징이며, 방문자 대부분이 조용히 혼자 책을 읽고 나가는 편이다.
커피나 음료는 셀프 바 형식으로 운영되며, 요청 시 수첩·엽서·책띠를 함께 제작할 수 있는 간단한 DIY 코너도 준비돼 있다.
책방 주인의 문장 추천 카드가 책마다 꽂혀 있어, 책을 선택하는 데 영감을 주는 구조도 특징이다.
빠르게 둘러보는 여행 말고, 조용히 머무는 하루
수로왕릉이라는 역사 유적은 빠르게 걷는 관광 코스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 쉬는 여행과 더 잘 어울린다.
그 곁에 있는 조용한 책방들 — 어느 책방, 책방 하늘집, 파란서가, 느린책방은 그런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감성 공간들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면을 잇는 고요한 시간이다.
경주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지닌 김해에서, 유적과 책이 공존하는 하루를 보내보자.
서두르지 않아도 좋은 하루, 그 중심에는 조용한 책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