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문화재 근처 감성 서점 — 불국사·대릉원·첨성대 주변 조용한 책방

mystory00610 2025. 7. 21. 14:30

역사와 책이 만나는 공간, 경주의 또 다른 매력

경주는 수천 년 전 신라의 수도였던 도시로, 오늘날까지도 고대의 문화재와 역사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역사 도시다. 불국사, 대릉원, 첨성대, 석굴암 등 세계문화유산급 문화재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고,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객들이 경주의 유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경주는 단순히 과거만을 간직한 도시가 아니다. 이 도시는 여전히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공간이며, 최근에는 책과 감성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독립서점들이 문화재 인근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관광과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지만, 경주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조용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독립서점들이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6월 기준 운영 중인 서점 중에서, 불국사·대릉원·첨성대 인근에서 실제로 방문 가능한 감성 서점 4곳을 소개한다. 여행 중 잠시 여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조용한 책방들이다.

 

책마루 서재 — 불국사 입구, 한적한 숲길 옆 북카페형 책방

불국사 입구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책마루 서재’를 만날 수 있다. 이 서점은 주변 관광지의 북적임에서 한걸음 벗어나, 한옥 스타일 외관과 널찍한 마당, 그리고 통창으로 햇살이 드는 실내 공간이 인상적인 북카페형 독립서점이다.

책마루 서재의 서가는 한국문학, 여행서적, 감성 에세이, 불교철학 관련 도서로 구성돼 있으며, 불국사와 석굴암을 방문한 뒤 잠시 머물러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책 옆에는 서점 주인의 메모가 붙어 있어, 책을 고르는 이에게 작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커피는 핸드드립으로만 제공되며, 직접 만든 수제청 음료와 약간의 디저트류가 함께 준비되어 있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책을 읽는 방문객들이 많은 만큼, 실내 소음이 거의 없어 혼자 여행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힐링 공간으로 손꼽힌다.

 

이음책방 — 대릉원 옆 골목 안, 지역 감성 책방

대릉원 후문 근처에 위치한 ‘이음책방’은 외관만 봐서는 서점인지 잘 모를 정도로 조용한 골목에 숨은 공간이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책장과 감성적인 조명, 지역 작가의 책과 독립출판물, 문학 중심의 도서가 정갈하게 배치된 책방이 펼쳐진다.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경주의 역사, 민속, 예술을 주제로 한 지역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일반적인 베스트셀러 대신, 서점 주인이 고른 경주 관련 수필이나 고전소설, 민화 자료집 등을 찾아볼 수 있어 경주의 깊이를 문학적으로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내부에는 카페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라떼와 수제차, 조용한 음악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할 수 있다. 특히 창가 좌석에서 대릉원 방향으로 보이는 풍경은 인상 깊은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스며드는 서점 — 첨성대 산책 후 들르기 좋은 감성 공간

첨성대에서 도보로 약 7분 거리에 위치한 ‘스며드는 서점’은 감성적인 이름처럼 조용히 마음을 스며들게 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전통가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소규모 서점으로, 내부는 에세이, 철학, 시집을 중심으로 서가가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쉼”이라는 철학 아래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 곳이다. 실제로 방문자 후기를 살펴보면 "말 없이 책만 읽다 나왔지만, 위로받고 나왔다"는 말이 많다.

핸드드립 커피와 국화차, 수제청 음료가 마련돼 있으며, 서점 안쪽에는 작은 마당과 마루 자리가 있어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기 좋다. 관광지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 책방은 첨성대를 둘러본 뒤 짧은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장소다.

관광지 독립서점 책방

은은한 책방 — 분황사 근처의 조용한 북카페형 독립서점

불국사와 첨성대 사이, 분황사 인근 골목 안에 자리한 ‘은은한 책방’은 이름 그대로 은은한 빛과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이곳은 책방과 북카페, 그리고 소규모 전시 공간이 함께 있는 복합형 서점으로, 예술서적, 감성 사진집, 디자인북을 중심으로 큐레이션되어 있다.

이 서점은 서점 주인이 직접 고른 책과 전시 작품을 연결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책을 넘기는 경험과 예술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차분하게 책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특별하다.

커피는 원두 선택이 가능한 드립 방식이며, 수제 레몬청과 무화과차 등의 계절 메뉴도 인기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경주 현지 예술인들도 자주 들르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으며, 종종 지역 아티스트의 북토크도 열린다.

 

문화재 여행 중, 책이 주는 또 다른 경주를 만나다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불국사, 대릉원, 첨성대는 단지 과거를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 주변에는 여전히 ‘지금’의 감성과 사유가 살아 있는 조용한 책방들이 함께 숨 쉬고 있다. 책마루 서재, 이음책방, 스며드는 서점, 은은한 책방은 문화재 감상 후 짧은 휴식을 취하거나,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알맞은 감성 공간들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잠시 벗어나, 경주의 공기와 빛, 그리고 조용한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함께 더 깊은 경주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책은 여전히, 여행자의 시간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